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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Ad Astra" 展 안내
2022-11-29 ~ 2022-12-29

 

 

2022 제2회 반도 전시기획공모전 대상 수상작 전시회

 

 

Ad Astra

(애드 아스트라)

 

 

 

참여작가 : 김용선, 원정인, 차현욱

기획 : 도혜민

 

주최 : 반도문화재단

후원 : 반도건설

 

전시기간 : 2022.11.30.(수) ~ 2022.12.29.(목)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10시 ~ 18시 (월요일, 성탄절 휴관)

전시장소 : 반도문화재단 아이비 라운지 갤러리

관람료 : 무료

문의전화 : 031-377-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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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우리 침실의 무드등에도. 

 

상실을 겪고 사건이 휘발된 후에도 여전히 연결될 수 있을까?

전시 『애드 아스트라』 1) 는 단절된 순간들이 연결될 때 '기억'이 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살핀다.

기억은 무작위적으로 저장되어 흩어지고,

고대인들이 밤하늘의 별들을 이어 하늘에 그림을 그렸듯이 이름 없던 시간은 다시금 소환되어 인출, 배열, 재조합된다.

우리는 별자리 잇기와 같은 방법으로 기억 사이를 유영하며 파편을 이어 모은다.

 

 광활한 우주의 별들은 사방으로 아득히 떨어져 있다.

지구로부터 각각의 별들은 수십 광년의 거리 차이가 난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지구에서 바라본 하늘을 커다란 평면으로 오해했기에 이 별들을 상상의 선으로 이어놓았다.

『애드 아스트라』는 이처럼 특정 순간들을 이어 기억을 재조합하는 불완전한 과정을 별과 별 사이를 잇는 행위에 비유한다.

작가들이 구성하는 화면에는 유년 시절의 기억, 가족의 부재, 분리된 순간을 더듬어 추적하는 레이어가 겹겹이 이어져 있다.

 

 

애드 아스트라 Ad Astra展_아이비라운지 갤러리_2022

 

애드 아스트라 Ad Astra展_아이비라운지 갤러리_2022

 

애드 아스트라 Ad Astra展_아이비라운지 갤러리_2022

 

 

 

차현욱이 구성하는 세계는 필압이 만들어낸 자국을 따라 홈을 파고 흔적을 남긴다.

어떤 마음들은 각인처럼 새겨지는데,

포노그래프가 금속판에 얕은 선을 그어 소리를 녹음했던 것처럼,

홈을 만드는 것은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식과 같다. 2)

「긴긴밤」 등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목성과 그 위성들은

작가가 아버지와 함께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그림 속 풍경은 어렴풋한 꿈속 장면처럼 혼란스럽지만 친숙한 이미지가 공존한다.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차현욱의 그림은 레이어의 중첩으로 깊이감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각각의 요소들은 별자리 잇기를 시도하듯이

기억의 조각을 화면에 엮어내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차현욱_또잉 운석_한지에 채색_24×19cm_2022

 

차현욱_긴긴밤_한지에 채색_130.3×162.2cm_2022

 

차현욱_장막을 걷으면 / 차현욱_Dark Wanderer

 

 

 

기억, 사건, 감정처럼 형태가 없는 것들이 '몸'을 가진다면 어떤 모양이고,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비극의 잔해들은 몹시도 재빨리 지워져 어느새 일상과 분리된 듯하다. 

원정인은 특정 사건을 형태가 있는 몸(작품)으로 만들어 이를 사방에서 살펴보기를 제안한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가 도자 작업을 시작한 이유도 이와 같다.

보통의 것들은 불에 닿으면 연소되지만, 도자기는 불로 인해 몸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의 부고, 사회의 비극 등 눈으로 감각할 수 없는 상실을 물리적으로 재현하여 마음속 풍경을 대변한다.

할머니 댁 창문에 비치는 불빛 모양을 한 「light light」은 과거를 끌어당긴다.

일렁이던 불빛에서 작가는 사물이 연상시키는 느린 시간의 모습들과 분위기를 떠올린다.

 

 

원정인_missing / 차현욱_낮달

 

원정인_light light_유리, 스틸, LED_17×20×14.5cm×7_2022

 

원정인_p☞p.p_세라믹, 플라스틱_가변설치_2022

 

원정인_white_세라믹_가변설치_2022

 

원정인_fixed morning_아크릴판, 나무_179.5×53.8×7.2cm_2019

 

 

 

부재를 기록하고 소환하는 방식은 김용선의 사진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학업 또는 직장을 이유로 독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마음이 저리는 여러 이유로 가족은 더 이상 한 지붕 아래 귀속되어 있지 않다.

「절연구간」은 보편적인 가정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서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 사이에서 겪은 양가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한 사진 연작이다.

'절연구간'은 정거장 간 전력공급 방식의 차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철의 불이 꺼지는 구간을 말한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가족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구로동에서 수원으로 어머니를 보러 가거나,  수원에서 구로동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전력공급 방식이 전환되는 것처럼 가족의 기준을 바꿨다.

「구로동의 비행기들」은 날아가는 비행기를 100번 포착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어릴 적 놀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 찍는 시늉을 했던 양손은 사진 프레임으로, 그때의 그 시간대는 되돌아보는 현재 시점과 교차한다.

 

 

김용선_구로동의 비행기들_슬라이드 쇼_00:10:10, 가변설치_2018

 

김용선_절연구간_백 라이트 패널에 투명 필름_140×140cm_2021

 

 

 

『애드 아스트라』는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족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았고,

그 연결의 방식을 별자리 잇기에서 찾는다.

전시에서는 '기억'이 매개체로 작동하여 연결을 달성하는 과정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세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홈을 파고들고, 바라볼 몸을 만들고, 두 손을 교차시키며 이은 선을 따라가 보았다.

먼 곳에 떠 있는 별의 불빛이 어느새 창가에 닿는다.

어스름이 지는 순간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우리는 망설임을 안고 별과 별 사이의 간격을 거닌다.

휴대폰 카메라로 별을 찍어보려 애쓰며 이렇게 말한다.

"저 별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우리 침실의 무드등에도".

도시에서 보는 별자리가 맞은편 아파트의 불빛뿐일지라도

우리의 전구는 그 자리에서 아주 오래된 기억을, 뿌리내리지 못한 마음을 건져 올릴 것이다.

 

■ 도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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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1) 『애드 아스트라 Ad Astra』는 라틴어로 '별에 이르도록', '별을 향하여'라는 뜻으로 동명의 SF영화에서 따온 제목이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2019)는 우주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아들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이다.

                                                                       2) 키틀러는 장-마리 귀요의 『기억과 포노그래프』(1880)를 인용하며 포노그래프에 새기는 얕은 홈과 두뇌의 신경 경로를 유비하면서

                                                                          이때 진동은 잊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키틀러,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현주,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pp. 62-68에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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